셀러 주도권↓ 바이어 입김↑, 주택 거래 10개월 연속 감소.
남가주 지역 집값도 하락세 동참
올 초 주택 시장은 치열한 구입 경쟁 탓에 심리 치료를 받는 바이어가 등장할 정도로 과열됐다. 이상 과열 현상이 만연했던 주택 시장에 하반기를 앞두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셀러스 마켓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바이어의 입김이 더욱 세졌다. 급기야 주택 거래가 10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주택 거래 절벽이 나타났다.
치열한 주택 구입 경쟁 탓에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바이어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한 해다.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모기지 이자율까지 급등하면서 일부 바이어는 걱정을 달래기 위해 휴가를 가는가 하면 심리 치료사를 찾는 바이어까지 등장했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이 설문 조사에서 올해 상반기 주택 구입자 중 약 23%는 주택 구입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심리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약 25%의 바이어는 심리 치료까지는 아니지만 심리적인 안정을 찾기 위해 휴가를 내야 했던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자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 우려로 주택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로이터]
하반기 들어 주택 시장 열기가 한풀 꺾였지만 젊은 층 바이어는 여전히 내 집 마련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등하는 주택 임대료와 고물가로 인해 다운페이먼트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 성인 자녀의 주택 구입을 돕는 부모가 올들어 크게 늘었다고 부동산 업계가 전했다.
자녀의 모기지 대출 서류에 공동 대출인으로 서명하거나 다운페이먼트를 지원하기도 하고 아예 집을 직접 사서 자녀 명의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녀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부모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상속 계획 일환, 렌트비 인플레이션 대비 헤지, 부동산 투자 목적 등으로 앞으로도 자녀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부모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오렌지, 리버사이드, 샌버나디노 카운티에서 올해 같은 기간 리스팅 가격을 인하한 매물의 비율은 20%로 작년 같은 기간(7%)의 3배에 달했다. LA와 오렌지 카운티의 경우 리스팅 가격을 인하한 매물 비율이 2018년 이후 이처럼 높았던 해가 없었다. 리버사이드와 샌버나디노 카운티를 포함하는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의 리스팅 가격 인하 매물 비율은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당시 모기지 이자율이 하루가 다르게 오른 데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수준으로 주택 구입에 대한 회의를 느낀 바이어가 급증한 것이 원인이다. 매물에서 사소한 결함만 발견되더라도 컨틴전시 조항을 활용해 바로 계약 취소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이 발생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 열풍이 뜨겁게 불었다. 2021년 5억 달러 규모를 넘어선 가상 부동산 거래가 올해에도 이어졌다. 메타버스 정보 업체 메타메트릭 솔루션스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이뤄진 가상 부동산 거래액은 5억 1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 한 달에만 약 8,500만 달러 규모의 가상 부동산 거래가 성사됐고 메타메트릭 솔루션은 올해 가상 부동산 거래 규모가 1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가상 부동산 장기 투자 효과에 대한 높은 기대로 최근 수년간 많은 개인과 기관 투자자가 가상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기술이나 사용자 수는 아직 초기 단계다. 하지만 조만간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커질 경우 지금 투자한 가상 부동산의 가치도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여전히 많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바이어 중 약 25%는 관리비가 너무 많이 발생하는 집을 구입한 것에 대한 후회를 털어놓았는데 대부분 처음 집을 구입한 바이어가 많았다. 가격이 싼 ‘픽서 어퍼’ 매물을 ‘일단 사고 나중에 고치자’란 생각에 구입했다가 땅을 치고 후회하는 바이어도 24%나 됐다. 이 밖에도 매물을 보지 않고 오퍼를 제출한 것, 동네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것, 이웃 성향을 알아보지 않은 것 등에 대한 후회도 많았다.